"진짜.. 할 거야..?" 샤워 가운을 걸치고 욕실에서 나온 야오왕이 물었다. 막 샤워를 마친 듯 가운 위로 머리카락 끝에서 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겁 먹은 고양이마냥 구석에 딱 붙어 약간 찌그러진 팔자 눈썹을 하고 상대를 바라봤다. 야오왕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 없이 손가락을 까딱여 이리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에 야오왕이 더 겁이 나는 듯 가운 깃을 잡...
저택의 시간은 꽤 독특하게 흘러간다. 모두의 시계는 느지막한 오후가 되어서야 가동했다. 해가 가장 밝은 때를 지나 열기가 조금 식을 무렵부터 집사와 메이드들이 움직인다. 오후 세 시쯤이 되면 위리가 정원에 나타나 양예밍에게 하루 시작의 인사를 건넸다. 늘 그의 손엔 꽃병이 들려있다. 이게 주인이 '채워두라' 말했던 예의 그 꽃병이다. 그는 하루에 두 번, ...
어스름한 달빛이 골목길을 비췄다. 좁은 길 끝 어둑한 인영이 드리웠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남자. 마스크 위로 드러난 그의 얼굴이 꽤 창백해 보였다. 어딘가에서 마치 신호인 것처럼 크흠- 목 가다듬는 소리가 났다. 창백한 사내는 이내 코트 주머니에서 두둑한 현금다발을 꺼내 들었다. 곧 골목 끝에서 제법 몸매 굵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손엔 큰 가방 하나가...
"2 조직 해산에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 예상과 다른 장귀의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몰아세우기 전 감사를 먼저 표할 생각이었다. 다짜고짜 그는 용서를 구했다. 아무 말도 없는 제게 한 번 더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가 이리 단도직입적으로 나온다면 저도 그래야 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조금 힘을 준 목소리로, 말...
"제 아들놈 일은 다 해결하신 겁니까." 두 조직의 회장들이 대면하고 있다. 그 물음에 1 조직회 회장이, 그럼요. 하고 대답했다. 깔끔한 몸짓으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때마침 응접실 안에 울리는 노크 소리. 이내 열리는 문틈 사이로 장귀의 모습이 보였다. 한쪽 눈에 검은색 안대를 찬 아들에게 2 조직회 회장은 서슬 퍼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병원에 조직원들을 대기시켜 두고 저와 페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움직이지 않는 그를 보는 게 힘들다. 레지들과 간호사들이 왔다 갔다 하며 양예밍의 상태를 살폈다.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저를 더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다. 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복잡하기만 한 장귀의 일을 처리하는 것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장귀가 있는 방으로 걸음을...
"빨리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찌르고 안에서 칼을 비튼 거 같아요.." 주치의가 양예밍의 피로 흥건해진 손을 들어 안경을 추켜올렸다. 주치의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방이 분주해졌다. 누군가는 차를 대기시키러 달려나가고, 페이는 급하게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표정 없는 양예밍의 얼굴을 보는 게 두렵다.. 밭은 숨을 내쉬며 소파 위에 눕혀진...
양예밍은 제 고백에 한참을 울었더랬다. 잠이 들었다가도 저를 꼭 끌어안고 흐느끼는 그 때문에 깨기를 수차례. 멍청아, 그만 울어. 눈 붓겠다. 제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응.. 대답하고 활짝 미소짓는다. 어찌나 귀여운지 옛 생각이 나 졸린 와중에 저도 웃음이 터졌다. 그의 눈물을 쓸어내는 제 손이 기분 좋은 듯 손바닥에 볼을 부볐다. 눈이 촉촉하게 젖은 게...
집안 행사가 코앞에 다가왔다. 말이 집안 행사지 사실상 삼합회 조직 내에서도 잔뜩 신경이 곤두설 행사였다. 형의 계승 일. 제1 조직회 회장이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이다. 이미 한참 전에 이어받아야 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은 제 문제로 여태 질질 끌어왔다. 양예밍과 결혼도 했겠다, 굳이 더 지체할 이유가 없어 아빠가 급히 진행시키는 중이다. 그래서 근...
일어났을 때 뒤처리는 말끔하게 되어 있었다. 둔부에도 찝찝함이 느껴지지 않는 거로 봐선 양예밍이 손가락까지 넣어 다 처리한 모양이었다. 몸에 뜨끈함이 돌아 손으로 더듬거려보니 아랫배와 허리 부근에 핫팩이 붙어있었다. 허리야 그렇다 치지만 아랫배엔 왜? 인터넷에서 본 바로는 안에다 사정했을 때 배탈 날 우려가 있다는 거 같은데, 콘돔도 끼고 있었고 딱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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